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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인터뷰

[인터뷰] 일러스트레이터 조이 유(Joey Yu)

런던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조이 유(Joey Yu)는 감각적인 선과 색채로 런던의 모습을 비롯해 다른 도시들의 풍경을 그리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테이트, 에르메네질도 제냐, 아마존 스튜디오, 현대 미술의 거장 아이 웨이웨이 등과 함께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달(2017) 나이키가 뽑은 7인의 여성 작가로도 선정되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신예 작가다.

 

일러스트레이션, 애니메이션, 큐레이션, 패션 디자인 등 그녀의 손길이 닿는 곳은 다양하다. 나의 색을 입혀 내 것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아는 아티스트 조이 유. 그녀의 색은 확실했다. 그녀의 작품이 과감하고 강렬할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여러 면에서 다재다능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들었다. 어떤 일을 하는가?

여러 가지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린다. 개인 작업 외에는 매거진, 포스터, 제품을 위한 작업을 한다. 애니메이션도 만든다. 주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 외에는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연기도 한다.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 브랜드와 협업도 하고 직접 스크린 프린트 작업도 한다. 나는 뭐든 다 하는 것 같다.

재미있는 일들인 것 같다.

정말 재미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나의 작업에도 큰 영향을 준다. 새롭거나 다른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 이건 그림에 쓰면 좋겠다' 싶은 경우가 많다. 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스킬이 생기는 거다.

런던이라 그런 기회가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렇지만, 원하는 게 있다면 그건 당연히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원하는 마음을 쏟아부으면 뭐든 할 수 있다, 우리 다.

그림은 그린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기본적으로는 내 주위 모든 것을 포착하는 거다. 주변 모든 게 이미 예술이다. 그림은 나의 언어이기도 하다. 내가 보는 것을 나의 언어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그러니까 그림일기 같은 거다.

작품은 주로 머물렀던 도시나 풍경,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분위기를 담고 있다. 관객들이 당신의 ‘그림일기'를 보고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볼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알 순 없다. 여기서 내 역할은 그들에게 첫 문장을 쥐여주는 것이다. 나머지는 관객들이 상상하게 둔다.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상상하고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그림으로써 나를 표현하고 그림이 나의 언어라고 했는데, 아티스트가 아닌 보통의 우리도 그런 수단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것, 열정을 갖고 있는 것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거다. 드로잉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림에 흥미를 못 느끼던 친구 하나는 비디오를, 다른 하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지금은 둘 다 너무나도 멋진 작품을 만든다. 각자가 ‘나만의 것'이 있다. 다른 방식으로. 좋은 게 있다면 왜 좋은지, 이걸 내 것으로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계속해서 찾아야지. 나를 예로 들자면,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노래도 잘 못 하고 악기도 다룰 줄 모른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감정이나 분위기를 내 것으로 만드는 거다. 내가 들으며 느낀 것을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며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걸 시도해보고 주변에서 영감을 얻고 그 요소요소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의 진정성을 찾는 방법이기도 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면서 동시에 직업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일로써 할 때 겪는 고충이 있을 것 같다.

물론 있다. 비즈니스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어려워진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으니까. 사실 제일 속상한 건 많은 사람이 일러스트레이터를 아티스트로 보지 않는다는 것. 하다못해 그림이 작으면 가치도 적은 거로 생각한다. 그림의 크기가 크면 그건 ‘진짜' 예술작품인 거고. 가격마저 그에 맞춰 어림짐작한다. 일러스트레이션도 다른 장르의 예술만큼이나 가치 있다는 걸 이해시키고 보여주려고 많이 노력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예술로써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가장 힘든 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그렇다. 일러스트레이션도 존중받아야 할 여러 장르 중 하나다. 이에 관한 사람들의 이해가 깊어지고 인식도 바뀌길 바란다.

지금은 예술과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친밀한 시대인 것 같다. 세상에 갓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 신예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게 있다면?

지금 세대의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전화나 인터넷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내 작품을 못 봤을 거고 난 서울에도 없었을 거다. 확실히 지금은 기회가 많다. 다양한 작품을 이곳저곳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듯이 나의 작품도 널리 보여지니까. 물론 그만큼 경쟁도 많아졌지만.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이 예술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이해한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그림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무심하게 그린 듯 단순하지만, 작품 속 풍경과 사람들이 가진 분위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저곳에 가본 것 같기도 하다. 복잡하거나 세심한 그림체가 아님에도 메시지가 선명한 것 같다.

자주 듣는 이야기인데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다. 난 단지 내가 본 것을 그리는 거다. 과하게 생각하며 그리지 않고 단순한 선으로 전체를 담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첫 문장을 주는 거고 관객이 나머지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찌 보면 나와 관객의 대화다. 한 장면이지만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떠올리고 각각 다른 주제로 대화하는 거다. 이 점이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간 듯하다.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이 좋은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느끼는 즐거움이 그런 건가?

생명을 불어넣는 점이 좋다. 움직임이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더 오래 지켜보니까 이야기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또 다른 매력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흔한 세상에서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 갖는 가치가 분명 있다.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 특유의 결이나 질감, 스크래치나 실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모든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보여주려 한다.

서울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어떤 계기로 오게 됐나?

아트스페이스 담다에서 <Joey Yu: A Seoul Series> 전시를 한다. 홍대와 연남동 인근의 풍경과 사람들을 그려 전시한다. 걷다가 담고 싶은 장면이 보이면 사진부터 찍고 무작정 앉아서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정말 생생하고 신선한 작품들이 전시되는 거다. 이달 30일까지다.

서울에서 무엇을 가장 크게 느꼈나?

흥미진진함과 신남! 오전엔 조용하지만 저녁엔 정말 활기 넘치는 곳으로 변한다. 비 오는 월요일 밤에도 빨간 얼굴의 사람들이 많더라. 처음에는 그걸 보고 ‘아니, 월요일인데?’ 하고 놀랐다. 다들 열심히 일하지만 잘 놀고 즐기는 것 같다. 또 하나 느낀 것은 변화가 많다는 거. 단 며칠 있었는데도 체감할 수 있었다. 짓고 있는 건물도 많고 연 지 얼마 안 된 곳도 많더라. 새로운 게 많다. 이런 빠른 변화, 늦은 밤의 홍대 거리, 크고 작은 가게들, 거리의 사람들 등 내가 보는 모든 것을 담아보려 한다. 아,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참 친근하다. 친절하고 친구 같고. 만난 사람 모두 좋았다.

생각하고 있는 다음 도전은 무엇인가? 아니면 궁극적인 목표라던지.

그래픽 소설! 내가 봐온 그래픽 소설들은 나의 스타일과 아주 다르다. 전에 없던 방식의 새로운 그래픽 소설을 만들 거다. 생각해둔 이야기들은 있지만 많은 기획과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긴 하다. 나의 궁극적 목표라면.. 누군가 내 이름을 들었을 때 다방면에 재능 있고 다양한 것을 할 줄 아는, 일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떠올렸으면 좋겠다.

에디터 연보라

사진 Joey Yu

201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