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SEFUL/사회

[뉴욕 타임스] 제프리 앱스타인은 열다섯 살의 나를 강간했다.

New York Times by Jennifer Araoz

 

2001년 가을,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제프리 앱스타인의 맨션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나는 그의 감시 카메라를 발견했다. 카메라는 아주 쉽게 눈에 들어왔다. 현관 안 여러 개의 작은 텔레비전에서 카메라 영상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나는 당시 열네 살짜리 아이였음에도 분명하게 깨달았다. 내가 지금 어떤 대단한 사람의 집 안에서 감시 당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약탈자이고 소아성애자이며 나를 성폭행한 강간범인 이 자의 집 안에 들어와 있는 화면 속 내 모습을 바라보던 나를 기억한다.

나는 오늘 뉴욕의 아동 피해자법에 따라 제프리 앱스타인의 재산과 공범에 대한 민사 소송을 제기한다. 법의 주요 조항이 오늘부터 발효되어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의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앱스타인은 지난주 교도소 수용실에서 자살하여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가 재판소에서 내게 직접 답변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난다. 그러나 나의 정의 추구는 이제 막 시작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밖 길거리에서 앱스타인의 스카우트 담당자인 웬 낯선 사람이 내게 접근해왔다. 앱스타인은 절대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그에겐 조력자 무리가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때 나는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공연예술 학교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있었다. 배우와 가수가 꿈이었다.

스카우트 담당자는 내게 제프리 앱스타인이라는 재력가 남성에 관해 말해주었다. 그를 만나면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그가 내 진로에 맞는 적임자를 소개해줄 수도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최근에 아버지를 잃었고 가족이 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식비 지원 제도)로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자 제프리 앱스타인이 잘 보살펴줄 것이고 금전적으로도 지원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덫이 깔렸다.


첫 한 달간의 방문은 순조로웠다. 적어도 그 당시엔 말이다. 내가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 앱스타인은 내게 디지털 카메라를 선물했다. 방문 시간은 1~2시간 정도였고 우리는 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의 집에 갈 때마다 앱스타인이나 그의 비서는 가족을 도우라는 명목으로 현금 300달러를 내게 쥐여 주었다.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 앱스타인은 내게 마사지를 요구하고 상의를 벗으라고 지시했다. 내가 모델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주려면 내 몸을 봐야 한다고 했다. 불편하고 겁이 났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마사지를 해주면서부터 그의 폭력적인 행동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몸을 뒤집어 스스로 성적 쾌감을 느끼는 행위를 하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나를 만지기도 했다. 나는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앱스타인의 집에 갔다.

 

그의 집에 마지막으로 간 때는 내가 2학년이던 가을이었다. 그에게 마사지를 해주던 중 내게 속옷을 벗고 자기 몸 위로 올라오라고 말했다. 싫다고 하자 더 공격적으로 돌변하여 나를 세게 끌어안고 강간했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공연예술 학교도 그만두었다. 오디션도 봤고 그토록 다니길 바랐던 학교였다. 내 학교는 숱한 범죄의 현장이었던 앱스타인의 집에서 너무나 가까웠다. 그곳에서 앱스타인이나 그의 스카우트 담당자를 마주칠까 봐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퀸즈에 있는 나의 집과 가까운 다른 학교로 전학했다. 더 이상 공연 예술의 꿈을 좇을 수 없었고 흥미를 잃었다. 결국에는 학교를 중퇴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데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의 강요는 내게 큰 위협감을 주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수많은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이 경험이 가져온 불안과 수치심에 몸부림쳤다.

 

권력 구조는 내게 맞선 채로 쌓여 있었다. 앱스타인의 부와 영향력과 인맥은 나를 숨고 침묵하게 했다. 동시에 이 거대한 힘은 앱스타인을 숨겨주었고 정의를 따돌렸다.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나는 앱스타인의 책임을 추궁하고자 한다. 또한 그의 스카우트 담당자, 그가 어떠한 짓을 저지르는지 알고 있던 직원들 그리고 그를 숨겨주고 성매매 계략을 유지하도록 도운 주변 저명인사들의 책임도 물을 것이다. 그들의 흉측한 행위로 나를 포함한 수많은 어린 소녀가 괴롭힘을 당하고 피해를 입었다.

 

수년간 나는 앱스타인과 그의 조력자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으로부터 짓밟혀왔다. 그러나 드디어 아동 피해자법이 이에 상응하는 힘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피해자는 이제 55세가 될 때까지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앞으로도 어린 시절 학대와 폭행과 강간을 견뎌낸 피해자들이 자신의 힘을 되찾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도록 더 많은 주에서 이와 비슷한 법안을 제정하길 희망한다.

​앱스타인을 둘러싼 권력과 부의 견고한 관계망에 맞서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지난 경험을 다시 떠올리는 일은 괴롭지만 나는 더욱 강해지는 법을 배웠다.

​나를 지켜보는 카메라들이 설치된 앱스타인의 맨션에 들어설 때마다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편에 선 법의 힘을 얻었다. 나는 보여줄 것이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정의를 요구할 것이다.





​*이 글은 New York Times의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기사 원문: Jeffrey Epstein Raped me When I Was 15 by Jennifer Araoz

 

Opinion | Jeffrey Epstein Raped Me When I Was 15 (Published 2019)

Now I’m suing his estate and accomplices.

www.nytimes.com